우체국이야기
런던우체국의 소소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드립니다.
자전거 보내드립니다. !
18/06/20 19:21:28 런던우체국 0 조회 1967
장마철처럼 비가 많이 오던 6월이었지만, 오늘은 비구름이 충전을 하는지

이른 아침부터  보이는 햇살이 좋다. 


 

그런 화창한 금요일 아침에 사무실로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왔다. 

자신이 타고 온 자전거 하나, 손에 들고 온 자전거 하나.

나와 눈이 마주치자, ‘Good morning’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라고도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 남자에 입에서 나온 한국 인사에  미소가 생긴다.

영국 남자의 입에서 나온 한국 말이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이른 시간에 예고도 없이 사무실을 찾아온 그 남자의 모습에 많은  궁금함이 생겼다. 


 

어디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그의 모습은 새벽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샤워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손에 들고 온 허름한 자전거를 보여 주며 한국에 보내고 싶다고 한다. 


 

우리를 어찌알고 왔냐고 했더니, 여자 친구가 우리를 통해 물건을 보낸적이 있다고 한다. 

그 남자가 여자 친구도 없이 무작정 우리 사무실을 찾아온 것을 보면 

여자 친구가 전에 보냈던 짐은 한국에 잘 도착했나보다. 


 

낡아보이는 자전거는 여자친구가 영국에 있을때 그 남자와 같이 타던 ‘빈티지 자전거’라고 소개하고 지난주에 자전거샵에서 부품도 교체하고 정비도 완벽하게 했다고 한다.

한국에 있는 여자친구가 여름에 한국에서 탈수 있도록 보내 달라고 한다. 


 

그래서 그 남자에게 물었다. 

여자친구는 한국에 있고, 자전거도 이제 한국에 가는데, 너는 왜 여기에 있냐고!

그랬더니, 그 남자가 이 자전거 주인은 헤어진 ‘여자친구 ’라고 한다.

영국에 있을떄 자전거 타고 같이 간곳도 많고 추억도 많고 지금은 혜어졌지만 

한국에서도 그녀가 이 자전거 타고 좋은 추억 많들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착한 남자다.


 

사랑의  결말이 ‘결혼’만이 아니듯시, 헤어짐의 이유도 ‘배신’은 아닌듯 했다. 

지금은 그녀와 떨어져 있지만

그녀와의 추억은 영원히 행복하고 지금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한다. 

사랑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다. 


 

그 남자를 보니,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가서 옷장을 뒤져서 자기가 사준 명품 자켓을 여자친구의 욕과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찾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어느 찌질한  남자가 생각났다. 



 

자전거는 포장후에 부피 무게가 더 많이 나온다. 

포장비와 부피 무게로 계산된 금액는 160 파운드. 

그가 지갑을 열어 돈을 준다. 200 파운드.


 

내가 말했다. 

내가 하는 자전거 포장에 너의 마음도 담을수 있으면 담아서 여자 친구에게 보내줄께, 

그 마음까지 160파운드야, 그리고 내가 약속할께 , 네가 40 파운드 더 주지 않아도 ……..

포장하다가 보면 크기가 더 커질수도 있고 재료비가 더 들수도 있다며, 


 

끝내 되돌려준 40 파운드 받지 않는다. 


 

착한 남자다.!


 

오늘 6월말 정산을 하다가 

착한 남자Richard가 한국 주소를 보내준 메일에 뒤늦은 답장을 한다. 


 
2012-06-26 

 
21:03 

 
동서울사업소 

 
배달완료 (DELIV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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