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야기
런던우체국의 소소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드립니다.
친구같은 존재
18/06/20 19:31:45 런던우체국 0 조회 1999
우리의 고객의 물건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선물.

둘, 비즈니스를 위한 상품

셋, 한국으로 돌아갈 때 보내는 개인짐. 


 

‘선물과 비즈니스를 위한 배송’은 받은 사람의 만족도가 영국에서 보내는 사람에게 

‘고마움’이라는 감정과 ‘돈’이라는 현실로 곧바로 되돌아 오기 때문에 

문의사항도 많고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반면, 영국을 떠나는 고객은 세관통관 안내만 자세히 해주면 진행에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영국을 떠나는 아쉬움이 있어서 일까? 

우리가 물어보지 않아도 많은 고객들은 영국에 있었던 시간의 길이와 영국에서 어떤 일과 

어떤 공부를 했는지 말해준다. 

영국에 오래 있었다고, 오래 공부했다고 해서 배송비가 달라지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들에게 우리와 만나서 짐을 먼저 떠나 보내는 시간은 

영국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대한 

‘섭섭함’과 영국에서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는 것을 한참 나중에 알았다.



 
그들은 짐이 많다. 

어떤 짐을 보면 한국에서 다시 구입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배송비를 내고 한국으로 보낸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나무 의자고, 

그냥 중고 스탠드고, 

그냥 낡은 찻잔인데 

그들에게는 많은 추억과 사연이 뭍어 있나 보다. 



 
하지만 그들이 두고 가는 것도 있다 .

소파, 의자, 거울, 책상, 전자레인지, 책, 노트, 농구공, 골프채, 거울, 옷걸이, 

팩소주, 담배, 반쯤 남은 참기름…..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아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의 기쁨을 위해 개인의 시간과 돈을 사용해서 준비하는 것이기에 

이런 물건은 선물은 아니다. 그렇다고 쓰레기도 아니다. 

우리 사무실에 있는 소파, 탁자, 옷걸이도 고객이 준 물건이다. 



 
이영돈 PD의 먹거리 파일 ‘착한 식당’을 찾는 TV 프로그램 

우리가 먹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검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 많은 ‘착한 식당’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정과 검증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다. 

‘착한 식당’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남은 반찬을 ‘재활용’ 하지 않는 것이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우리는 고객이 영국을 떠나면서 남긴 선물 아닌 선물을 ‘재활용’한다.

식당 입장에서 남은 반찬이 아깝다면, 배달회사에서는 배달되지 않을 물건은 귀찮을 뿐이다. 



 
대부분 한국을 떠날 때는 공항까지 배웅해주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

그들은 혹시, 체크인 할 때 수화물 무게가 오버되어 당황하거나 우왕좌왕 하지 않게 도와주거나 

대신 처리해준다.



 
하지만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가는 길은 대부분 혼자다.

고객이 남긴 물건의 ‘재활용’ 부분도 하는 부분도 그렇고

히드로 공항에서 오버된 짐을 픽업해달라는 급한 전화를 받고 터미널 1,4,5에 가보면

대부분 너무 고마워한다. 



 
영국을 떠나는 시간에 만나는 우리의 고객을 보면 

우리가 그들에게는 한국에서 공항까지 배웅해주는 

가족이나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단지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우리는 ‘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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