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야기
런던우체국의 소소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드립니다.
놀부라고 첨부터 동생이 싫었겠나 !
18/06/20 19:27:51 런던우체국 0 조회 1794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는 혼돈 이론에서 초기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표현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2년에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의 제목인<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유래한다.


일반적으로는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카오스이론에서는 초기 조건의 민감한 의존성에 따른 미래결과의 예측불가능성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어떤 하나의 원인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일주일전에 시내 지점에서 작은 상자 2개를 두고 왔다. 

왜 다른 물건과 같이 있지 않고 다른 책상 위에 놓여 있었는지. 

다음 비행기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이 시원하게 괜찮다고, 잘 도착하게만 보내달라고 하면 너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르다. 



 
꼭!, 반드시! 기필코!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해야만 하는 물건이라고 한다.

얼마나 중요한 물건인데, 날짜 맞춰서 접수했는데 

‘런던 우체국’의 실수로 지연되었으니 책임을 지라고 한다.!!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사과를 계속해도 고객의 목소리는 계속 신경질적이다. 

통화를 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그 상자 안에 있는 선물이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어느 누구에게는 정말 소중한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일과 개인적인 일을 혼동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렵게 내일 모레 한국 방문 계획이 있으니, 직접 한국에 들고 가서 배송해준다고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그러면서 작년에도 그렇게 해주셨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작년 기억이 난다. 

작년에도 같은 이유로 접수된 물건을 직접 들고 갔는데, 

똑같은 고객이라니, 인연이라고 좋게 생각한다.  



 
두 상자를 하나로 만들어서 공항으로 들고 간다. 



 
인천공항에서 도착해서 ‘외국인’줄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린다.  

외국인은 어느 나라에 도착해도 입국 심사가 오래 걸린다. 

40분 이상을 기다리니, 한국에 도착한 감동이 사라져 버린다. 

기다리는 동안, 영국에 돌아가면 공항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얼굴을 카메라에 응시하면 

자동으로 입국 심사 게이트가 바로 Open되는 빠른 입국 심사를 상상하며 위로한다. 



 
짐을 찾아서 문이 열리고 마중을 나온 누군가와 반갑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뒤에서 누가 부른다. 

짐에 노란 테이프와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세관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다시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우연하게 2년째 직접 배송하는 사연이 많은 우리 고객의 상자다. 



 
세관직원이 상자를 열어 확인하니, 

비닐백이 보이고 비닐백을 뜯으니 

알루미늄 포일이 보이고 알루미늄 포일을 띁으니 명품가방이

그 명품가방 안에는 같은 브랜드의 지갑이 들어있다. 



 
다른 상자에도 같은 포장으로 같은 가방과 지갑이 들어있다. 



 
순간 당황스러워 진다. !



 
“왜 은박지로 포장을 했지? “ 라는 혼잣말에 

세관원이 “은박지는 X-RAY에 검은 색으로 보여서 물건을 확인할 수가 없다” 고 

대답해준다. 



 
그녀의 배송은 계획적이었다는 배신감이 찾아온다. 



 
이런 비슷한 장면을 한국 TV 뉴스에서 본 기억이 났다. 

세관원은 승객의 가방을 열어 밀수품을 찾아내고, 

짐 주인의 얼굴은 초점없이 뿌였게 처리되어

큰 목소리로 ‘선물로 받은 가방이고 선물이라 가격은 얼마인지 모른다’ 는 

목소리와 화면 아래 ‘자막’이 깔려주는 섬세한 편집의 화면들 .!



 
“제 물건이 아니어도 제가 가지고 입국했으면 제 책임이지요.? “라고 

세관원에게 물어보는 순간, 


 
바로 후회한다. 


 
그리고 뻔한 질문을 하는 내가 유치해진다. 

나는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우린 메스컴을 통해 이미 많이 들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친구의 부탁으로, 어느 누구의 부탁으로, 

생각보다 많은 수고비에 단순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짐을 대신 들고 외국으로 입국하다가 마약이 들어 있어서 

감옥에 수감되는 경우! 

이런 상황에 “원래 제 짐이 아니거든요”. 

이 얼마나 유치하고 어리석은 변명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바로 옆에서는 아주머니가 팔짱을 끼고 세관원과 

소리 높여 TV뉴스에서 봤던 장면이 재현하고 있다. 

‘ 

그 순간, 

난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고 세관원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구입한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세관원이 구입 가격을 물어보지만 대충 얼마 정도한다는 느낌이지, 

정확한 가격은 모른다. 

영수증이 있으면 가장 정확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일반적인 가격으로 세금을 정산한다고 한다. 

얼른 그렇게 정산하라고 한다.  



 
면세 500불은 제외하고 318,270원 세금이 나왔다.

명품가방 2개와 지갑 2개의 판매 가격에 비해 착하고 인간적인 금액이라고 느낀다. 



 
“일시불로 할까요? 3개월 할부로 할까요? “ 라는 질문에 

“세금도 할부가 되나요? “ 되물어 본다. 



 
그리고 크게 말한다. 



 
“관세청이 백화점도 아니고 무슨 할부냐고!

바로 정산하고 납부 하지 않으면 압수해야 한다고…”



 
그리고 또 바로 후회한다. 



 
이미 창피한 상황에서 남아있는 작은 자존심을 세워 보겠다고 

당당한척하는 내 자신이 애잔하다. 



 
영국에 돌아와서 한국 관세청에 납부한 영수증을 메일로 고객에게 보냈다. 

답장도 없다.

전화도 했다. 

대답도 없다. 

이미 아무 반응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일까?

더 이상 감정의 변화는 일어 나지 않는다. 



 
노란색의 세관 검사 테이프로 도배된 상자는 한국에 있는 동업자에게

크리스마스 전에 배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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