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이야기
런던우체국의 소소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드립니다.
발렌타인 데이.!!
18/06/20 19:28:32 런던우체국 0 조회 1950

매년 214일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느라

 

영국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무엇으로 마음을 표현할까 이것저것 고르면서 며칠을 보내는 것이다

 

많은 식당에서도 한달 전부터 ‘Valentine’s Day’ 메뉴와 예약을 알리는 현수막이 등장한다


 

한국에서처럼 발렌타인 데이에 무조건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쵸콜렛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은 선물이나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한국은 발렌타인 데이만 되면 어김없이 ‘가격이 몇만원 하는 외제 쵸콜렛 세트가 

 

백화점 코너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어느 누구는 쵸콜렛 대신에 우리의 고유음식인 찹쌀떡이나 엿으로 사랑을 전하자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특별한 날의 선물로 떡과 엿을 주기에는 


쵸콜렛에 비해 그 단어가 갖고 있는 달콤함의 뉘앙스가 많이 떨어진다



꽤 오래 전에 한국에서 한 문구회사에서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 다리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을 


사랑을 전하는 날로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더 이상 들려오는 얘기가 없다.

형식과 폼을 중요시하는 한국 남자는 애정표현에 대해서 변하지 않는 상식을 하나 갖고 있다.


 

214일 발렌타인 데이는 여자친구에게 쵸콜렛 받는 날

 

여러 명에게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날

 

그리고 영국에는 없는 314일 화이트 데이에는 한달 전에 받은 것도 있으니 


 여자친구에게 사탕 사 주는 날

하지만 그건 형태가 다른 당분끼리의 교환이지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닌 것 같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느끼는 것이기에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영국의 발렌타인 데이가 더욱 마음에 다가온다.

 

‘Valentine’s Day’ 유래의 의미와 상관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다. 



발렌타인 데이에 선물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카드다
 

선물과 같이 주면 받는 이의 기쁨이 더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카드만이라도 


꼭 주고받는다한국의 어버이날을 나누어 놓은 ‘엄마의 날(mother’s day)’, 

아빠의 날(father’s day)’, 그리고 생일이나 각종기념일

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은 없더라도 카드만큼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의 기념일에 별로 비싸지 않은 카드 한 장 보내지 않는다면 

 

상대방과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영국의 카드 가게에 가보면생일 카드가 나이별로가족 관계 별로


너무너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나라 크리스마스 카드에 천편일률적으로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쇄되어 있는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한가지 단점은 너무나 발달한 카드 종류 때문인지 보낼 때는 

자기 이름만 덜렁 적어서 건네줘서 성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의 카드건생일 카드건사과의 카드건발렌타인 카드건 간에 


영국사람에게 카드를 보낼 일이 있다면 시간을 조금 내어 유머 있고 


마음에 쏙 드는 카드를 찾아 이름만 쓱 적어도 생색낼 수 있다.

요즘에는 자기만의 카드를 직접 만들어서 보낼수 있는 싸이트도 많이 생겼다

 

카드가게에서 발렌타인 카드를 하나 사려고 뒤적이다 보면


점원이 다가와 “옛날 애인에게 보내는 카드나 아무도 모르는 애인에게 보내는 카드도 유행이


며 하나 더 권한다참 영국인들의 사랑의 범위는 우리의 상식보다 훨씬 더 넓은 것 같다

애완동물에게 보내는 사랑의 카드도 본 적이 있다


 

강아지랑 둘이서 외로이 살고 있는 사람이 발렌타인 카드를 자신의 강아지에게 


우편으로 보냈다면결국 자신이 그 카드를 받게 될 텐데그 카드를 읽으면서 행복해 할까


발렌타인 데이가 한국에서는 주로 젊은 연인들의 기념일이지만

 

영국에서는 나이를 초월한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표현한다

 

영국사람들이 보수적이라고 하지만 한국사람들에 비한다면 감정표현이 풍부한 편이다


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을 비교해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작년 발렌타인 데이에 나랑 가까운 한 영국인 할아버지가 부인에게 카드를 

선물하는 것을 보았다


 

이 환갑이 넘은 노인이 건네는 그 창문만한 카드에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고릴라가 사랑을 고백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거리를 걷다 ‘클린톤(Clinton)’이라는 카드 가게의 쇼 윈도우를 보니 

 

 ‘“If you love someone, let them know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알리세요)’”.라고 써 있었다


 

카드 한 장 더 팔아보겠다고 만든 문장치고 너무 괜찮은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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